おさまり 16

19 | 블로거

1. 글쓰기가 심리적인 안정에 도움이 된다 하여 시작한 블로그, 처음 포스팅한 글은 공개할 일은 없겠다만 지금의 심리상태와는 아주 많이 다른 걸 보니 글 쓰기가 나에게는 조금의 도움은 되었던 것 같지만 궁극적인 해결은 되지 않고 있고 결국 흘러가는 대로 떠내려가고, 끌고 가는 대로 끌려간 나의 직장생활 16년을 중간 정산하고 조직과 내가 상호 원하는 바를 확인하고 합의할 때가 가까워오는 것 같다. 임원까지 된 마당에 어느 정도의 미련과 두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질병까지 얻어가며 충성해야 할 조직은 아닌 것으로 많은 선후배들이 증명해 왔다. 2. 블로그와 관련한 가장 유명한 격언이라면, 아래일 텐데, 뭐 어떠냐, 디지털 자원을 공짜로 잘 쓰고 있고(망하지 말기를), 소박한 글에 호응해 주는 소수의 ..

おさまり 2023.02.06

18 | 이중성

고등학생 시절이었던 96년 어느 날 밴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교회 친구, ex교회 친구, ex교회 친구의 동아리 친구가 모여 밴드를 결성하여 고등학생 때 두 번, 대학 들어가서 한 번의 콘서트를 열었고, 대학 축제 그 외 조그마한 행사에 초대받아 공연하기도 하였으며 기념 삼아 집구석에서 EP를 만들기도 했다가, 각자의 스케줄에 따른 입대 후 자연스럽게 밴드는 휴면에 접어들었다. 단 한 번 공연장에 오셨던 어머니가 무대에서 뛰어다니던 나를 보시고는, 본인이 알고 있던 얌전하고 과묵하고 샤이한 아들이 아닌 것이 충격이었는지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가끔씩 그 시절 이야기를 하신다. 얼마 전 현재 직업을 가진 이래 처음 시도하였던 연말 휴가 중 너무 업된 나머지, 위의 사진을 카톡 프로필에 걸면서..

おさまり 2023.01.13

17 | 산책

산책은 언제나 즐겁다. 산책 길로 선택한 곳은 꽤나 넓고 깨끗하게 조성되어 있지만 인적이 드물어 혼자인 듯한 기분으로 걷게 되기도 한다. 그리 깨끗한 물은 아니긴 하나, 떼 지어 움직이는 오리들, 튀어 오르는 물고기들(베스이려나?), 이름 모르는 생명체들을 보며 걷는 1시간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1개월 이상 지속된 각성상태를 벗어날 수 없겠다는 생각에 그리고 생활이 급격하게 불편해지기 시작하여 처방받은 약품은 확실한 수면시간을 보장하였지만, 의사의 말과는 달리 수면 외의 시간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였고, 오히려 멀미 내지 만취한 듯한 하루를 선사 하였으므로, 반납하기로 결심했다. 더 걷고 더 비워야지.

おさまり 2023.01.08

16 | Limit

Chick Corea Elektric Band, Got a Match 어릴 적,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실력이 다이나믹하게 늘어 콩쿨을 준비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나 두 차례의 수술로 인해 악기를 계속하기에는 폐활량이 급격히 줄어 있었고,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은 포기하였다. 집안에 음악 전공자는 한 명이면 족하다는 생각이었고, 그 이후로 난 플룻은 멀리 하고 대신 눈에 보이는 모든 악기를 조금씩 다뤘었는데, 재능이 없지는 않았는지 이런저런 공연, 음반에 연주자로 기웃거릴 수는 있었다. 한편 지금은 하늘에 있는, 그즈음 대학에 입학했던 형은 나에게 다양한 장르의 좋은 음악들을 소개하였는데, 주로 모던 재즈 이후의 재즈 장르였고, 이로 인해 Steve Gadd, Dave Weckl, ..

おさまり 2023.01.03

14 | 주20시간

올 12월은 기념비적이다. 술자리를 거의 갖지 않았고, 책을 백수 시절만큼 읽고 있으며, 사무실에서는 나름대로의 기행(비니 쓰고 다니기, 볼륨을 최대한 키워보기, 목소리 높여 통화하기 등)을 일삼기도 하며, 옛 추억이 묻은 디지털자산을 포함한 물건들을 끄집어내어 한동안 연락 없던 지인들에게 보내주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비즈니스가 없는 건 또 아니다. 수면시간이 주 20시간을 넘지 않아 과도하게 각성상태가 유지되는 것과 부수적으로 시간이 범람하기 때문인데, 예전 같으면 남아도는 시간에 곡이나 썼겠다만 2016년 이후로는 손과 마음이 도저히 DAW 앞으로 가지 않고, 기왕 못 자는 건 읽고 듣고 쓰며 즐기고 있지만 습관화될까 두렵기도 하다. 체중과 모발색의 눈에 보이는 변화가 생겼고, 두통과 속 쓰림이 계속..

おさまり 2022.12.28

13 | 라떼는 말이야

커피 추출 방법은 에스프레소, 핸드 드립, 콜드 브루, 터키식, 베트남식, 사이폰, 모카포트, 프렌치프레스, 드립 머신, 캡슐머신 등등. 다 좋아하지만 그중에는 핸드 드립과 에스프레소를 즐겨마신다. 요즘 들어 좋아하는 가게는 집 근처 동면커피, 세무서 근처 빈센트, 자주 가는 가게는 어디 가나 있는 스타벅스, 집 앞 컴포즈커피, 교회 앞 댄싱컵 정도. 선호하는 종류는 배부를 땐 에스프레소 도피오, 평소에는 아메리카노, 기분 좋거나 모르는 커피집에서는 라떼는 말이야, 그 외 메뉴를 고를 자유가 없을 땐 바리에이션들 중 - 대체로 입맛에 맞지 않다 - 주는 대로 마신다. 요즘 카페인 섭취 패턴은 출근과 동시에 아메리카노 투샷 또는 쓰리샷, 11시쯤 캐모마일 한잔, 점심을 먹는 날엔 배불러서 에스프레소 한 잔..

おさまり 2022.12.23

12 | Really Useful Group

음악적 취향과는 동떨어져 있지만, 한 시대 또는 한 나라의 대표적인 뮤지컬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Andrew Lloyd Webber 소유의 제작사 이름이다. 회사의 명칭으로 저 이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탐난다. 올해 봄에 팔아 치운 구사옥 옥상에서, 지금은 다 흩어져서 자기 계산과 책임으로 일하고 있는 동기들, 또 한 기수 선배들과 모여 담배 또는 커피를 곁들여 떨던 수다가 그립다. 태생이 불만 분자인 나는, 어느 회계사가 파트너가 되거나 다른 전무가 본부장이 되기 전에 떠날 것이라고 선언, 나아가 새로운 법인을 만들자고 떠들곤 했고, 신설 회계법인의 이름으로 정도를 겄자는 의미의 정도회계법인, 특정 시장을 쓸어 담자는 의미의 아도회계법인을 제안하자, 나의 사수는 나와 나의 동기 형의 성을 따서 맹유회..

おさまり 2022.12.19

11 | 워라밸

2008년쯤, 어쩌다 떠맡은 '가업승계 매뉴얼' 작성(표절)을 위하여 관련한 외국과 왜국의 책을 많이 구해다 보았다. 한 번은, 읽던 어느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던 챕터의 주제는 balance of work and family였고 지금도 그렇게 나아지지는 않은 것 같지만, 극악의 근무환경을 자랑하는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사람이 저런 글을 모아서 글을 쓰고 있으니 너무 와닿지 않아서, 당시 프로젝트를 주도하던 본부장님(현재 전대표이사)에게 저게 가능한 이야기냐고 여쭈었더니, 그분은 아래와 같이 설명하였다. "일을 줄일 수는 없고, 일하는 만큼 가정에 더 시간과 마음을 써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얼마나 더 열심히 살라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나름의 균형을 가져보고자, 나의 직업 영역에 사생활을 끌어..

おさまり 2022.12.18

5 | 사람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내가 가장 특별하고 지극히 평범하다. 아름답고 추하며 잘 났고 못났고 모르는 게 없고 아는 것도 없고 진지하면서 지극히 가볍고 어리석고 늙었고 젠틀하고 싸가지없고 강하고 또 약하며 크고 작고 잘났고 못났고 둥글고 모났고 착하고 악하고 겸손하고 오만하고 즉흥적이며 계획적이다. 쿨하면서 소심하고 게으르고 급하며 냉정하고 비겁하고 겉과 속이 다르며 언과 행이 일치하지 않는다. 사람. 그냥 사람이다.

おさまり 2022.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