おさまり

16 | Limit

dBals.tn 2023. 1. 3. 02:45
Chick Corea Elektric Band, Got a Match

어릴 적,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실력이 다이나믹하게 늘어 콩쿨을 준비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나 두 차례의 수술로 인해 악기를 계속하기에는 폐활량이 급격히 줄어 있었고,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은 포기하였다. 집안에 음악 전공자는 한 명이면 족하다는 생각이었고, 그 이후로 난 플룻은 멀리 하고 대신 눈에 보이는 모든 악기를 조금씩 다뤘었는데, 재능이 없지는 않았는지 이런저런 공연, 음반에 연주자로 기웃거릴 수는 있었다.

한편 지금은 하늘에 있는, 그즈음 대학에 입학했던 형은 나에게 다양한 장르의 좋은 음악들을 소개하였는데, 주로 모던 재즈 이후의 재즈 장르였고, 이로 인해 Steve Gadd, Dave Weckl, Harvey Mason, Peter Erskine 등 - 나로서는 도저히 도달하지 못할 경지에 이르러 진즉 프로페셔널한 연주자가 되는 걸 포기하게 만든 드러머들을 좋아하게 되었고, 특히 스티브 갯과 데이브 웨클에 대한 빠심이 작동하여 관련한 자료들을 틈틈이 모았었다.

15년 전쯤 참여한 컨퍼런스에서 두어 명의 드러머들과 같은 공간에 있게 되었는데, 그중 막내 - 당시 20대 초반이던 녀석이 본인의 목표가 데이브 웨클을 능가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나도 모르게 "야 Dave Weckl은 니 나이 때쯤 이미 Madonna의 스튜디오 세션을 했어"라고 내뱉었고, 그 방의 분위기가 급격히 서늘해지자 나는 즉시 Derrick McKenzie 정도의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라(물론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말을 돌리고 사과하였으나, 그 아이는 아직도 Dave Weckl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하였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한계에 도달하였다. 나는 뛰어넘을 수 있을까? 아니면 접선 위를 계속 걸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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