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을 기념하였건 결혼기념일을 기념하였건 하루 휴가를 내어 아내와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아바타 2를 관람하던 도중 러닝 타임 192분을 버텨내지 못하는 허리와 방광을 탓하며 다녀온 화장실 거울에, 2001년 여름 역사상 최고의 전쟁영화이자 코폴라 감독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러닝 타임 202분짜리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판을 홀로 콜라 1.5리터와 팝콘으로 졸음과 난해함을 견뎌내고 엔딩 크레딧을 보고 나서 욕을 뱉으며 영화관을 나서던 20대 초반 객기와 똘끼 가득한 청년은 온 데 간데없고, 40대 중반의 배 나온 사내가 비치는 걸 보니 씁쓸해졌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타이타닉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는지, 큰 배 한 척을 제대로 침몰시키기 위해, 전투력 높은 주인공 가족이 멀쩡한 고향을 버리고 바다로 도망가도록 만들고는 빌런이 전생의 복수를 위하여 굳이 큰 비용 들여가며 먼바다로 쫓아오도록 하였으며, 만들어낸 CG가 만족스러웠는지 3D 게임 엔진 데모 동영상 같은 씬을 계속하여 보여주었지만, 어떻게 어떻게 기억나는 대사나 장면은 없어도 큰 불만과 지루함 없이 끝까지 보도록 만들었으니, 거장은 거장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광어, 우럭, 노래미, 농어, 다금바리, 자바리, 참돔, 감성돔, 돌돔, 자리돔, 민어, 숭어, 연어, 쏨뱅이, 볼락, 가자미, 참치, 방어, 고등어, 병어, 삼치, 청어, 전어, 전갱이, 오징어, 한치, 문어, 낙지, 멍게, 해삼, 성게, 개불, 꽃게, 홍게, 대게, 돌게, 짱뚱어, 도루묵, 대하, 딱새우, 블랙타이거, 닭새우, 쏙, 가리비, 개조개, 굴, 꼬막, 맛조개, 바지락, 백합, 키조개, 피조개, 새조개, 갈미조개, 홍합, 전복, 소라, 고둥 등의 해산물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지만, 부재중 전화 여러 통에 노트북을 부여잡고 오후 내내 일을 하였으니 역시나 휴가에 쉬는 건 어렵다는 것만 다시 확인하였다.영화의 내러티브만큼이나 빈약한 포스팅이니, 자세한 리뷰는 평론가의 글이나 다른 블로그를 참고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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