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r16 | 나를 부르는 숲

dBals.tn 2023. 1. 25. 21:26

연휴를 지나고 출근한 후 생각보다는 여유로워 사무실을 잠시 나와 최근 들어 노화 또는 스트레스로 인해 부쩍 늘어난 새치를 감추고자 미용실에 가는 길에 예약시간이 조금 남아 잠시 들른 중고서점에서 읽을 책을 고르다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 나를 부르는 숲의 개역판을 발견하여 중고책 치고는 비싸다 할 수 있는 7,300원의 거금을 들여 구입한 후 염색하는 동안, 지하철에서, 사무실에서, 통근열차에서, 집에서 기쁜 마음으로 읽어나가고 있다.

초판

경제 사정으로 공익근무 대신 돈이나 벌자는 마음에 택하였던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한 주물공장의 후처리반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던 2001년 어느 토요일 오전, 작업장 한 구석에서 즐겨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 "책하고 놀자"에서 당시 진행자였던 김영하 작가와 번역자인 홍은택 기자가 낄낄거리며 소개하던 이 책만큼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그날 퇴근길에 서점에 들러 잽싸게 한 권 집어 들고는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는 책으로, 이 번에 산 게 다섯 번째 쯤인 것으로 생각되는데, 사서 한번 스윽 읽고서는 주위사람에게 선물이라고 줘버리고, 생각나면 다시 사고, 다시 사고, 다시 사고, 다시 사게 된 것이 2018년 개역판이다.

개정판

뉴욕타임스의 3년 연속 베스트셀러이자 영화화되기까지 한 유명작품인 "나를 부르는 숲"은, 작가인 빌 브라이슨과 친구 카츠가 3500여 킬로미터의 애팔래치아 트래일을 종주(not 완주)하며 벌어지는 사건들과 작가의 감상, 생각들을 풀어낸 기행문으로, 산에서 자전거를 타면 자전거를 탔지 자발적으로는 등산을 하지 않는 나에게 등산에 대한 의지를 불어넣기도 하며, 티격태격했었던 오래전 친구 - 현재는 그냥 지인에 가까운 녀석들과의 관계 회복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하며, 어떤 사건을 만나도 유머를 잃지 않는 작가의 여유로움과 필력에 감탄하기도 하는, 읽는 내내 미소를 짓게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으로, 20여 년 전 서면 동보서적에서 처음 만났던 책을 같은 자리에 위치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오늘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고, 천천히 아껴가며 읽고 있지만 벌써 반이나 읽어버린 것이 아쉽기도 하며, 다 읽고 나면 또 이 책은 누구의 손에 쥐어질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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