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에 중독된다고 해서 전문가가 되지는 않는다. 가령 마약 중독자가 마약의 제조나 유통으로 성공하기 어렵고, 도박 중독자가 카지노를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가 알던 어느 독서 중독자는 매일매일 그가 읽은 책을 요약하여 공유하곤 했는데, 고맙기도 대단해 보이기도 하였으나 할 일 없어 보였다.
시간이 남아돌던 20대 초반, 대학시절, 어떤 자존심 내지 도전의식이었는지, 난해한 책, 뭔가 있어 보이는 인문학서적을 마구 읽어대곤 했는데, 이해 여부와 관계없이 완독 하였음에 성취감, 우월감을 느끼곤 했었다. 또 어느 작가의 책이 마음에 들면 그 사람의 책을 모두 읽어보려고 시도하였고 특히 파트리크 쥐스킨트, 빌 브라이슨, 움베르토 에코의 책은 보이는 족족 읽었었다.

시간이 흘러 움베르토 에코 선생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구매한 "광고와 예술"은 나에게 지적 절망감을 안겨주었는데, 챕터 하나를 읽어도 머리에 남는 것이 없었다. 당시에는 너무 바빠 정독하고 곱씹을 여유가 없다고 핑계를 대기라도 했지만, 12년이 흐른 지금 평을 하자면 내가 졌다. 겸손하게 살자.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r8 | 좀머 씨 이야기 (8) | 2022.12.31 |
---|---|
r7 | 백건우, Schumann (0) | 2022.12.28 |
r5 | 재벌집 막내아들 (0) | 2022.12.26 |
r4 |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 (2) | 2022.12.20 |
r3 | Mackie CR3-XBT (2) | 2022.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