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31 | Windows, Suite for Flute and Jazz Piano Trio
나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은 소싯적에 플루트를 진지하게 연습하다가 95년 폐수술을 계기로 그만두게 된 것은 알고 있을 것이고, 조금 깊이 아는 사람들은 그 사건이 내 인생, 특히 청소년기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알고 있을 것이며, 나는 직접 겪었으니 뭐 상당히 자세하게 안다고 할 수 있겠다만, 몇 달 만에 스스로 깊고 오랜 잠을 자고 일어났음에도 우울한 감정과 함께 그놈의 플루트가 떠올라서 두 곡.
1. Huberts Laws & Herbie Hancock - Windows
플루트는 색소폰, 클라리넷 등의 다른 목관 악기와는 달리 리드가 없다는 특성으로 프레이즈 동안 숨을 비교적 자주 쉬어야 한다는 점과 입술 조절만으로는 글리산도 등의 표현이 어려운 점, 음역이 높아 솔로로 사용하기에는 청취자 입장에서 피곤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재즈에 사용되기는 명확한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Hurbert Laws는 한계를 넘어서 위대한 연주자의 반열에 올라섰다. 위의 영상은 Herbie Hancock과 함께한 2021년 연주로, 80대 노인들의 연주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2. Jean-Pierre Rampal & Claude Bolling - Suite for Flute and Jazz Piano Trio
내가 가장 사랑하는 플루티스트 장 피에르 랑팔은 훌륭한 연주는 물론 위의 동영상처럼 크로스오버 등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으로 플루트의 대중화에 힘쓰는 한편, 악보 - 특히 바로크 시대의 악보 발굴과 복원에 힘써 18세기 이후에 플루트를 솔로 악기의 지위로 되돌려 놓은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클래식만은 즐겁게 듣지 못하고 마치 비평가처럼 완벽하지 않은 연주는 공해나 폐기물 취급을 하는 고약한 버릇이 생긴 건 바로바로 폐수술이 나에게 미친 나쁜 영향 중 하나일 것인데, 나를 웬만해서는 공연장을 찾지 않고 음반을 사지 않으며 이제는 무슨 음반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구) 클래식 애호가(하지만 말러리안이기는 함)로 만들어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