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r10 | 비둘기
dBals.tn
2023. 1. 4. 04:29
한 작가가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글은 모두 읽어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 듯한데,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글을 너무 잘 쓸 뿐만 아니라 작품이 몇 개 없어서, 마음먹으면 1주 안에 그의 모든 작품을 읽을 수 있다.
내일 자살해야지
주인공이 전쟁, 가족과의 이별, 결혼 후 4개월 만에 남의 아이를 낳은 전처의 도망 등의 충격을 벗어나서 꽤 오랜 기간 평범한 일상을 살아왔는데, 어느 날 아침에 집에서 비둘기를 마주하자 패닉에 빠져 하루를 완전히 망치게 되었고 그 망할 놈의 비둘기가 두려워 호텔에서 하루를 묵게 되어 잠들기 전에 한 말이다. 다음 날, 여느 일상과 다르지 않은 아침이 열렸고, 돌아온 집에는 비둘기와 비둘기의 흔적도 없었다.
나는 왜 주인공이 자살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지 의아해하면서 기억은 왜곡되기 마련임을 다시 한번 되뇌었다.
요즘 들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는데, 여유 없이 얼마 있지도 않은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며 달려온 게 대략 10년쯤 된 것 같다, 다시 말해 육신적으로 정신적으로 제일 괜찮았다고 생각되는 시기가 10년 전쯤,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미동도 하지 않던 시절도 있었는데. 심적 여유를 되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