おさまり

11 | 워라밸

dBals.tn 2022. 12. 18. 04:13

2008년쯤, 어쩌다 떠맡은 '가업승계 매뉴얼' 작성(표절)을 위하여 관련한 외국과 왜국의 책을 많이 구해다 보았다.

가오갤, 워라밸이 아니다.

한 번은, 읽던 어느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던 챕터의 주제는 balance of work and family였고 지금도 그렇게 나아지지는 않은 것 같지만, 극악의 근무환경을 자랑하는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사람이 저런 글을 모아서 글을 쓰고 있으니 너무 와닿지 않아서, 당시 프로젝트를 주도하던 본부장님(현재 전대표이사)에게 저게 가능한 이야기냐고 여쭈었더니, 그분은 아래와 같이 설명하였다.

"일을 줄일 수는 없고, 일하는 만큼 가정에 더 시간과 마음을 써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얼마나 더 열심히 살라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나름의 균형을 가져보고자, 나의 직업 영역에 사생활을 끌어들이지 않고, 사생활 영역에 직업을 끌어들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 즉 이중적 삶을 살아보자는 것이었는데, 당연하게도 후자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고, 해외여행 중 질의, 휴가 중 계약 체결, 생일에 컴플레인. 사라지지 않는 일 생각. 전화를 붙잡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야근은 늘어나고 주말은 짧아져갔다.

아마도 2008년, 나름의 충격적인 일을 겪고 난 후 그 과정을 지켜봤던 사람이 나에게 목표를 묻길래, 나는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개소리를 시전 하였었고, 그 개소리는 어느 정도 현실이 되었고, 시간이 흘러 직급이 오르는만큼 시간의 여유는 많이 생겨났지만, 이제는 자야 할 시간에 잘 수 없을 만큼 마음의 여유를 잃었다.

It is vain for you to rise up early, to sit up late, to eat the bread of sorrows: for so he giveth his beloved sleep.

언제쯤 개운하다 느낄 만큼 자 볼 수 있을까.